옛날 어느 마을에 홍재상 라는 젊은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날,
홍 재상은 자신의 출세를 꿈꾸며 한양으로 가는 길에 있었습니다
천둥 번개가 치며 더욱 거세진 폭우에 길을 갈 수 없게 되자,
그는 우연히 눈에 띈 숲 속의 작은 동굴로 몸을 피했습니다
그 굴 안에서는 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굴 안은 생각보다 넓고 안쪽은 어둡고 습했습니다
그의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하자,
한 모서리에 앉아 있는 비구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평화로워 보였고, 눈빛에는 서글픔이 서려 있었습니다
비구니는 자신의 두 일행이 마을로 양식을 구하러 갔다고 설명했고,
그녀는 혼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홍 재상은 처음 보는 비구니의 침착함과 아름다움에 이끌렸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가기 위해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홍 재상은 자신의 출신과 한양에 서의 꿈을 이야기했고,
비구니는 자신이 수행을 계속하는 동안 느낀
평화와 고요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들은 서로의 삶과 가치관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며 점점 더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조금씩 가라앉을 무렵,
홍 재상은 이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비구니에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그녀에게 작은 손수건을 건네주었습니다
그 손수건은 홍 재상의 모친이 그에게 주었던 것으로,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었습니다
비구니는 손수건을 받으며 미소를 지었고 두 사람은 약속의 날짜를 정했습니다
비가 멈추자, 홍 재상은 한양으로 가는 길을 계속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다시 만날 그날의 설렘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홍 재상은 약속을 잊고 자신의 야망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사이에 비구니는 그를 기다리다가
점점 마음의 병으로 인해 심신이 쇠약해져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구니의 죽음과 함께 홍 재상의 운명도 어두운 그림자에 휩싸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몇년이란 시간이 지난후,
남방절도사로서 권력의 정점에 오른 홍 재상은 어느 날,
자신의 방에서 작은 도마뱀을 발견했습니다
그 도마뱀은 조그맣고 몸집이 작았으나 눈빛은 의외로 날카로웠습니다
홍 재상은 이 작은 생명체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아전에게 그것을 즉시 없애라고 명령했습니다
아전은 도마뱀을 잡아 바깥으로 던져 죽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홍 재상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보게 된 것은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도마뱀보다 조금 더 크고 긴 뱀이었습니다
이 뱀은 몸 길이가 약간 길고, 피부는 더욱 윤기가 흐르며
눈은 더욱 빛나고 있었습니다
놀란 홍 재상은 이번에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척하며
아전에게 다시 그 뱀을 제거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아전은 뱀을 바깥으로 끌고가 무자비하게 죽였습니다
이상한 일련의 사건들은, 홍 재상을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마치 자신이 비구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그녀가 죽은 것에 대한
어떤 초자연적인 징벌을 받는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두려움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대신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마치 저주를 받은 것처럼, 뱀은 매일 홍 재상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처음엔 작은 도마뱀이었던 것이 점차 그 크기를 키우며 거대한 구렁이로 변해갔고,
이제는 그의 저택 전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 크기는 거의 신화 속의 괴물처럼 커져, 방 한 쪽을 가득 채울 정도였으며,
그의 두꺼운 비늘은 칼날을 튕겨 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느 저녁,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홍 재상은 눈을 떠보니 거대한 구렁이가 자신의 침실 문턱에
머리를 들이밀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의 거대한 몸통은 문틀을 가득 채우고 있었으며,
그의 눈에서는 마치 인간의 영혼을 빨아들이려는 듯한 희미한 빛이 번뜩였습니다
홍 재상은 그 순간, 전율을 느끼며 몸을 떨었습니다
구렁이의 등장에 홍 재상은 공포에 질려 급히 군졸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갑옷을 입은 군졸들은 화톳불과 칼을 들고 구렁이를 향해 달려들었지만,
그들의 무기는 구렁이의 두터운 비늘 사이로 스며들지 못했습니다
구렁이는 군졸들의 공격에 잠시 주춤거리는 듯했으나
곧 치명적인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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