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가고, 한적한 마을은 오늘도 어김없이
귀신 날을 맞이하여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문을 굳게 닫고, 겻불을 밝혀 두었으며,
집집마다 볏짚과 머리카락을 태워 귀신들의 접근을 막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밤은 다른 어느 때보다도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바로 야광 귀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온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탓이었습니다
야광 귀는 원래 지옥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던 귀신이었습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성격 탓에 인간 세상의 이야기들에 마음이 끌려,
결국 지옥을 탈출해 인간 세계로 모험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그의 도주를 염라대왕이 알아차리고는,
인간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야광 귀의 몸을 영원히 빛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제 야광 귀는 지옥의 길잡이 불빛이 되어,
지옥으로 들어오는 영혼들을 안내하는 운명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광 귀는 귀신 날이 되면 지옥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인간 세상으로 몰래 올라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신발을 신어보곤 했습니다
그의 몸에서 나는 푸른빛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확연히 눈에 띄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야광 귀가 찾아오면,
그는 아이들의 신발을 하나하나 신어보며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으면,
그대로 신고 가버려 사람들은 한 해 동안 복을 잃고 불행 해지곤 했습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은 집안의 신발을 모두 숨기고,
말총으로 만든 체를 문 앞에 걸어 두었습니다
야광 귀는 호기심으로 가득 찼지만
머리가 그리 똑똑하지 못해 체의 구멍을 세다가
중간에 몇을 세었는지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구멍을 다시 세기 시작하면, 어느덧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면서 결국 지친 야광 귀는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어느 해, 귀신 날이 다가오던 시기에 작은 마을에는 새로운 가족이 이사를 왔습니다
이 마을은 오랜 역사를 지닌 곳으로 깊은 산속에 위치해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전통과 규칙을 엄격하게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새로 이사 온 가족은 이러한 전통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가족들은 다른 마을에서 온 터라,
밖에 신발을 놓고 자는 것이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마을에서는 귀신 날에 신발을 밖에 내놓는 것이 큰 금기 중 하나였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귀신 날에는 야광 귀라 불리는 귀신이 나타나 신발을 찾아 헤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신발을 신은 귀신은
그 집안에 불행을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그 밤, 가족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야광 귀는 실제로 그들의 신발을 발견하고 크게 기뻐했습니다
신발을 신고 쾌재를 부르며 사라진 야광 귀의 모습은 아무도 목격하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가족들은 신발이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큰 당황을 금치 못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자, 그들은 가족에게
야광 귀의 전설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행에 대해 조심스럽게 알려주었습니다
가족들은 마을 사람들의 경고를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야광 귀의 전설은 그들에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닌, 불길한 예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족에게 귀 신날 밤,
야광 귀가 신발을 찾아 마을을 배회하는 모습이
어둠 속에서 종종 목격되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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