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민속 이야기 "마을의 지배자 허수아비 카카시
오래된 일본의 한 조그만 마을 이야기입니다. 이 마을은 사계절 내내 안개가 자욱하고, 산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와의 접촉이 거의 없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지만, 마을 근처의 오래된 밭에 서 있는 허수아비 하나 때문에 항상 마음 한켠이 불안했습니다.
이 허수아비는 보통의 허수아비와는 달랐습니다. 누군가가 만든 것인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허수아비는 항상 같은 자리에 서 있었고, 그 모습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눈을 깜빡이며 사람을 지켜보는 듯했습니다.
그것의 눈은 검은 구슬로, 빛이 없는 밤에도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듯 보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허수아비를 '카카시', 즉 귀신 허수아비라고 불렀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카카시는 한때 마을 사람이었던 자의 원한이 깃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생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큰 원한을 가진 채 세상을 떠났고, 그의 영혼이 허수아비에 깃들어 마을을 지키며, 때로는 복수를 하기 위해 떠돌고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 낯선 여행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카카시의 이야기를 듣고 흥미를 느꼈으며, 밤이 되자 그 허수아비를 직접 보기 위해 밭으로 향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말렸지만, 여행자는 그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갔습니다.
그 날 밤, 마을 전체에는 이상한 정적이 흘렀고, 다음 날 아침, 여행자는 사라졌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카카시의 검은 눈동자였다고 전해지며, 그 이후로 아무도 그를 본 사람이 없습니다.
그 뒤로도 카카시의 전설은 세월을 거치며 점점 더 신비롭고 무서운 이야기로 변모했습니다.
전설은 마을을 떠난 사람들에 의해 퍼져 나갔고, 카카시에 얽힌 새로운 이야기들이 더해졌습니다.
그 중 하나는 카카시가 달빛 아래에서 움직이며, 마을을 떠돌던 영혼들을 모아 자신의 군대를 만들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군대는 마을을 지나는 모든 이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며, 그들이 카카시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막았다고 합니다. 이야기에 따르면, 카카시의 영역에 들어선 자는 카카시의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시간이 멈추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들은 자신이 다른 세계에 있는 것처럼 느끼며, 주변 모든 것이 회색조로 변하고, 공기가 차갑고 건조해집니다.
이 순간, 그들은 카카시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오는 속삭임처럼 들리며, 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두려움과 비밀을 드러냅니다.
어떤 이들은 이 경험 후 깊은 깨달음을 얻고 마을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그들은 카카시가 실제로는 마을을 보호하는 존재이며, 자신들의 마음속 어둠과 마주하게 해주는 수호자라고 믿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 경험 후 영원히 변해버렸으며,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항상 목소리 없는 속삭임을 듣는 듯한 모습으로 살아갔습니다.
카카시의 전설은 또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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